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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씹어 먹는 남자

소설 남한산성 & 통밀빵 벌써 몇 개월 전에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께서 읽어 보라고 권하신 책인데, 이런저런 개인사들 덕분에 이제야 읽어볼까 한다. 곧 장마도 지나가고 뜨거운 태양이 작렬할 때쯤, 이 책과 보리차와 수건 한 장 들고 아마 뒷동산에 올라 나무그늘 아래서 시원한 산바람 맞으며 거무튀튀하게 살을 태우고 앉아 있으리라. 내용이야 대충 주워들어서 이미 긴장감과 함께 미리 후줄근한 애국심 따위가 꼼지락거린다. 솔직히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안 읽으면 또 어떤 이들과 대화가 불가능해지므로 한번쯤 읽어줘야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근래에 즐기는 통밀빵. 이 빵 외에 다른 빵은 먹지 못한다. 특히나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빵은 혀가 원하지 않아서 먹기 어렵다. 통밀빵은 입안에서 거친 재료의 느낌이 그대로 혀.. 더보기
화장터에서 잠들다 몇 걸음 다가가서야 사내가 장대로 불 속에 밀어 넣은 것이 시신의 다리 한쪽이란 것을 알았다. 다른 쪽 다리도 곧 떨어질 듯 건들거리고 있었다. 배 부분에서는 쉴 새 없이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팔다리는 제멋대로 툭툭 떨어졌다. (중략)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의 몸이 완전히 타는 데 세 시간 정도가 걸리며,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더 쉽게 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사람 타는 냄새가 돼지고기 굽는 냄새와 닮앗고, 좀 더 비릿하다는 사실도 깨닳았다. 내장이 팽창하다가 터질 때는 피융 하는 소리가 나고, 팔보다는 다리가 먼저 떨어져 나와 배 위에 얹힌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죽음에 관해 내가 시각과 후각, 청각으로 알아낸 사실이었다. 죽음은 우리의 감각을 벗어난 곳에 있지 않았다... 더보기
영혼이 충족된다는 것 영혼이 충족된다는 것은 어떠한 것입니까? '그것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를 아는 일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녀도, 자신의 영혼이 충족되지 못하면 병에 걸리거나 나쁜 일에 빠져듭니다. 여러가지 쓰라린 경험과 고통스럽고 뼈저린 체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찾고 배울 일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필요한 것을 발견할 때까지, 영혼은 여행을 계속합니다. 막연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또, 불필요한 것을 버릴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변화할때는 언제나 힘이 들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사람의 영혼은 결코 충족되지 않습니다.' - 어느 하와이언의 말에.. 더보기
직메 룬둡의 편지 안녕, 나의 친구 내가 어떻게 그 경험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네. 그 여행을 이해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티베트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넘어 보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그 여행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을 만들면 좋겠단 생각을 한거야. 가령 중국 군인에게 잡히면 감옥에 갈 게 뻔하니 낮에는 쥐 죽은 듯이 숨어서 잠자야 해. 잠이 쉽게 들 리 없어. 온몸은 얼어붙고 온갖 악몽에 시달리지. 우리 그룹은 남자들로만 구성돼 있었는데, 내가 가장 어렸어. 걸으면서 난 천천히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어. 고지대에서 단련된 티베트인들의 허파로도 히말라야 고갯길의 희박한 산소는 견디기 어려워. 심장이 굳어 가는 것처럼 가슴이 뻐근해지는데 그 고통을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굴은 단단하게.. 더보기
어리석음 '우연히 똑같은 것을 보고 웃거나, 똑같은 것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하소서.' -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중에서 더보기
게으른 돼지 타인의 법칙에 묶여 있는 사람을 '가축의 돼지'라 한다. 자신의 법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쾌락의 돼지'라 한다. 어느 쪽이건, 나는 돼지가 싫다. LOVE & FREE 중에서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른 돼지'라 한다. 나는 이런 돼지가 싫다. 2004년 11월 28일, 부산역 더보기
핵(核)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 생선 한 마리라도 뼈까지 맛보렴. 그 편이 진짜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많이 읽을 필요는 없어. 한 권의 책이라도 책장이 뚫어질 때까지 읽어보렴. 그 편이 진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많이 사랑할 필요는 없어. 한 사람이라도 마음 구석구석 사랑해보렴. 그 편이 진짜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까. LOVE & FREE 중에서 2005년 5월 4일, 홍대 BAR다 화장실. 다시 가보니 사진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슴.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나와 엇비슷한 연령의 저인간은 어찌보면 좀 건방지다. 그것도 볼때마다 감동스러운 건방진 말들. 우리나라 교육에 철학이 없어서 진보가 어렵다는 누군가의 말이 겹쳐진다. 그저 무료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군상들이 안스러웠다. 깊은 속뜻을 알고.. 더보기
초원방분(草原放糞)의 전설 별이 빛나는 밤과 초원방분(草原放糞)의 전설 대초원의 한가운데 앉아 동서남북 하늘 가득한 별에 둘러싸여 똥을 싼다. 이 해방감,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이대로 죽어도 좋을 것 같은 쾌감... 완전히 오르가즘이다. 가장 큰 야구장을 빌려, 조명을 전부 끄고, 투수 마운드에서 똥을 내갈긴다고 해도 이 기분은 못 당할 걸! ~세계 제일의 해방감은 하늘 가득한 별에 둘러싸여 초원에 똥을 싸는 일이다.~ 누군가가 말한 '별이 빛나는 밤과 초원방분의 전설', 믿거나 말거나. *LOVE&FREE 中에서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맛깔스럽게 느껴지는 멋진 글들이 가득하다. 내 25살엔 정신이 살아 있었을까 하는 물음을 준다. 읽으면서 어린시절 사람눈에 잘 안보이는 들에 숨어 앉아 하늘을 벗삼아 똥누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더보기
책 두권 일단, Play ► 한동안 읽지 않던 책들을 이참에 모두 읽으라는 뜻인지, 이 아침, 인터파크에서 배달된 책 두권. 물론 지독한 게으름뱅이인 내가 주문할리 없고, 누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 최근 감명깊게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다 언급하신 책들. 마침, '핑퐁'을 새벽녁에 마무리 지엇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새책들이 입고된 셈. 확실히 가을이 맞다. 질리도록 발라드만 들으며, 지겹도록 영화를 즐기며, 물리도록 책을 읽고, 멈출수 없는 복근운동과 주기적인 산행.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따위는 없지만, 복에 겨운 생활들에 시리도록 고맙다. 일) 한달에 10끼정도 먹던 밥먹는 횟수와 양 늘림. 요령이 생겨 하루 한끼는 밥을 먹어도 될듯. 이) 운동후, 막걸리외엔 술이 끌리지 않음.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듯. .. 더보기
책 한권 샀습니다 - 핑퐁 밥먹자는 선배를 만나, 산아래 위치한 보리밥집서 콩비지와 된장과 퍼런 풀들로 만들어진 나물 반찬들을 넣고 들기름인지 참기름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기름을 뿌려 비볐더니 별미더군요. 뭐 가끔 먹는 메뉴들은 다 별미인 겁니다. 선배 형이 파전을 먹자는 통에 동동주까지 덤으로 주문했는데, 누런 빛깔에 그럴싸한 맛이 나더군요. 식후에는 리필도 잘되는 콜롬비아산 원두커피의 쌉쌀함도 느꼈습니다. 먹고 남아 용기에 포장된 막걸리를 들고 서점에 들어가 책을 구입하고, 변해버린 공과금 납부방법에 익숙치 못해 먼 은행까지 털래털래 땀 삐질 흘리며 걸어가, 경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공과금을 납부했습니다. 예전처럼 막 은행에 취직해 공과금 창구에서 일하던 풋풋한 젊은 여성들의 모습은 더이상 구경할 수 없게 되어 아쉽더군요. 변.. 더보기
남쪽으로 튀어! 2 (책)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맞으며 베란다에 돗자리 깔고 살 태우며! 오르내리는데 1시간정도 걸리는 산책로겸 뒷산 벤취에 앉아 물 마셔 가며! 2권을 마무리 짓다. 의외로 재미남. 누가 보고 싶다면 빌려주고 싶을 정도. 주인공 지로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제도권에 대항해 투쟁하는 모습이 영웅적으로 그려진다. 그보다 뜨거운 피의 온기가 느껴지는 인간애. 저들도 우리와 다들바 없이 권력과 억압적 제도에 투쟁하는 모습은 비슷. 도시의 일상에서도 남다른 지로네는 섬에서의 삶의 투쟁도 빛을 발하고. 역자후기에도 언급되어 있는 대사가 미간을 자극한다. '세상에는 끝가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더보기
남쪽으로 튀어! (책) 요즘 읽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라는 일본작가의 소설. 얼마전 점심 먹다 건내 받은 책으로, 오늘에야 1권을 마무리 짓다. 틈날때면 뒷산에 올라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를 접하며 책 읽다 내려오는데, 오늘은 좀 늦으막히 산에 올라 남은 부분을 읽다. 내용은 우에하라 지로라는 초등학생이 겪어가는 세상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평소 모자라고 무능력한 아버지가 알고보니 오래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일원이엇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 사고들이 지로의 삶에 큰 변화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내용. 늘 장난만 치고 콧구멍이나 파는 아버지에게 후배 아키라 아저씨가 나타나면서 아버지의 정체도 드러나고, 그런 아버지를 따르며 감싸안는 지로의 어머니. 가출을 꿈꾸는 누나와 공주를 꿈꾸며 외갓집을 동경하는 철부지 여동생... 더보기
국보이야기 독서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근래에 읽은 책이라고 해봐야 딸랑 몇권. 책 좋아 하던 어린시절이 언제 있었나 싶다. 한국사에 관련된 작업 때문에 이미지가 많다는 이유로 구입한 책 *'국보이야기'. 대중교통 이용할때를 틈타 읽는데, 이게 왠일! 책장이 마구 넘어갈 만큼 재미나고 관심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국보에 대한 문제점과 오해, 보수와 관련된 애타는 이야기들과 도난사건등을 읽으면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 망한(?) 마이캡틴 김대출이란 영화가 살짝 떠오르기도 하고. 다 읽고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것 같다. 그만큼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 하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마치 역사스페셜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관심 많이 가는 책이라 할수 있겠다. 덧:노래 좀 망가트렸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