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Ancestral Grave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
전과는 분명히 다른 성묘길이다. 나는 그대로 인대(설마?), 옆에는 어린 조카와 주름살 늘어버린 어른들, 기력이 빠진듯한 형님과 내가 봐도 아저씨 같은 동생들. 딱딱하던 제사와 성묘길이 이제는 가족모임이나 가족소풍의 자리가 된다. 시골 선산은 이미 다녀왔고, 추석날 김포 산소로 향하는 길은 말 그대로 주차장 수준이다. 공원묘지에는 성묘객들이 줄을 잇는다. 주차할 곳이 없어 차들은 우왕좌왕하고, 오가는 사람들로 꽤나 분주하다. 술상을 올리고 절을 하고 난 뒤, 가족들끼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남은 음식과 술로 소풍이 시작된다. 어린 아이들은 울고 웃고 떠들며 뛰고, 아이 엄마는 애를 달래고, 모자란 술을 사러 잠시 가게에 다녀오는 길에는 뜨거운 햇살이 살을 녹인다. 덕분에 까맣게 그을리고 따갑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성묘길은 사라지고, 여유로운 한낮의 가을소풍 같은 가족화합의 장이다. 외로워하는 친척 어른들과 이야기 나누며 오가는 술잔에는 웃음꽃이 핀다. 오랜 시간 가족과 친척이라는 엮음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인제야 서로에게 외로움을 달래주는 소통이 이루어지는듯 하다. 재미없고 지루하던 추석은 가고, 한결 여유롭고 즐거운 추석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