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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봄날의 산책

구라도 취해버릴 듯 맑고 파랗게 좋은 날씨에 뒷동산 산책에 나선다.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개나리와 진달래, 제비꽃이 서로 잘난 척 얼굴 들이밀고,
체력 단련장에 들러 땀 좀 흘리려 해도 바람이란 놈이 어느새 땀을 닦아 훔쳐가 버린다.
잠시 벤치에 앉아 앙상한 나무 가지 틈으로 보이는 누군가 풀어놓은 푸른 물감처럼 파아란
하늘빛에 취해 정신을 잃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따스하고 매서운 햇살에 눈뜨기조차 어려운 봄 어느 날.
그런 햇살 피하기 싫어 한참 바라보고 앉아 일어날 줄 모르고,
작은 라디오 음악 소리도 봄내음 나는 따순 바람 때림에 가려 들리지 않는다.
봄바람은 나뭇가지와 풀잎을 간질이듯 때리며 살랑살랑 교태를 부린다.
산을 통해 전해오는 봄기운은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보드란 이음줄 같다.
몸이 자연으로, 자연이 몸으로. 그렇게 봄과 마음을 통하고 몸 안에 자유를 만끽한다.

목살을 굽고 복분자주를 따르며 꿈같은 어느 봄날, 홀로 작은 축배를 든다.
꿈에서나마 오늘 맞은 햇살과 파란 하늘을 다시 마시려고 깊은 잠 청해본다.
봄은 그렇게 어느 멋진 날 나에게 왔다.

음악 : 거북이 - 비행기 / 이미지 : hiphoppl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