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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추석 연휴 분투기

리 성묘를 다녀왔음에도 추석은 여전히 분주하고 고단하다. 여러 명의 조카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 좋다고 달려들고 매달리는 너덧 명의 유아들을 내칠 수는 없는 일. 거기다 사춘기와 성장통을 앓는 어린이, 청소년 조카들까지 덤으로 상대해야 한다. 어차피 자기 부모를 따를 테지만, 철모르는 2~5살 아이들은 아빠보다 삼촌을 찾는다. 여자들이 요리하고 부엌일에 땀 흘릴 때, 다수의 권위적인 남성들을 두고 두 명의 남자는 어린 조카들과 놀이터를 오가며 땀을 뻘뻘 흘린다. 조카를 위해 스파이더맨처럼 매달려 올라야 하고, 다리도 찢고, 쫓아다니며 넘어지지 않도록 돌봐야 하는 짓을 애 아빠도 아닌데 왜 할까?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떠들며 세월 보내던 때랑 너무 다른 지금. 그러나 고집쟁이 어른들 보다 아이들 상대하며 노는 것이 몇 배는 더 즐겁다. 땀 흘리며 뛰어놀던 조카들 몰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아이들이 단잠에 빠져 있을 때는 고생한 집안 여자들에게 시원한 맥주와 복분자술도 한 잔씩 돌리고, 메뉴얼 보며 차례상도 차리고, 후다닥 밥상 치우고 나면 김포 공동묘지까지 지루한 도로를 달린다. 성묘 마치고, 점심 건너뛰며 안양 百歲人 고모할머님 찾아뵙고 오면 어느새 오후 6시. 점심 겸 저녁으로 배 채우자, 지친 체력에 졸음이 몰려온다. 새벽까지 술마시는 형님 상대하느라, 세 시간밖에 못 잔 잠이 우수수 쏟아지는 것. 짧지만, 아이들 상대하며 보내는 연휴는 힘에 부친다. 부모라는 존재는 대단한 것 같다. 이런저런 말 못할 탈 많던 올 추석 연휴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노래 : 황소 '82 - 윷놀이, 이미지를 누르면 음악이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