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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등에 생긴 곰팡이

난은 하루빨리 돈벌어 사고싶은것도 사고 먹고 싶은것도 사먹는 아주 단순한 소망을 갖게 했고, 다행히 내게 주어진 재주로 인해 어렵지않게 돈벌이를 시작할수 있었다. 물질적 여유가 생기면서 어떻게 하면 쉽게 많이 벌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일관된 삶을 살며 자만과 교만과 탐욕으로 얼룩진 시간을 보내던 내게 삶에서 얻은 여러가지 교훈들은 현재의 나를 점점 작아지게 만든다. 작은것에도 고마워 할줄 알고 화려한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늦게서야 깨닳아가는 모양이다.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TV속에서 어느 만화가의 이야기를 보는데, 이분의 열정이나 노력을 보면서 무릎을 꿇고 말앗다. 오랜기간 깊이있는 작품을 만들어 온 그분께선 등에 곰팡이가 생기는줄도 모르고 자리에 앉아 창작의욕을 불태웠단다. 작품을 위해 술도 끊고 이른새벽에 일어나 운동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그분의 노력과 정신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쟁이들은 자리에 오래 앉아서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해내는 일을 하는것인데, 치질이나 땀띠 따위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만들수 없는것이다. 직업병으로 허리가 휘고 어깨가 구부러지고 손가락이 저린것들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완성시킬수 없는 것이다. 그런것들을 두려워하다보니 이제껏 내세울것 없이 살아온 모양이다. 그 알량한 육신하나 온전히 보하고자 해서는 그 무엇도 이뤄낼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영화감독 임권택씨는 추위에 발가락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영화를 만들고, 어느 탐험가는 추위에 걸린 동상으로 발가락의 대부분을 잘라내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목적을 위해 조금도 굽힘이 없엇다고 한다. 산악그램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 박영석씨는 당뇨로 고생하면서도 "포기하기 싶을 때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포기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버텼습니다."라며 고집스럽게 목적을 이뤄냈다. 나는 과연 어느길을 걸을 것인가.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 조급함과 교만함으로 일관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엇다. 이전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처음이란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는 중이다. 십수년을 넘게 일해온 바닥이지만, 지나온 시간을 자랑할 생각 따위는 없다. 지금이라도 나의 교만과 탐욕에 대해 깨닫고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나의 일에 대해 고마워 할줄 아는 그런 마음가짐이 앞으로의 나를 조금이라도 충실하게 만들어 갈수 있지 않을까? 남아있는 삶에 작지만 무언가 남길수 있다면, 이깟 육신중에 뼈만 남더라도 그것이 더 가치있는 삶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모르겠다. 해답은 눈을 감을때쯤에서야 얻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만화가 이두호씨께 경의를 표한다. 저런분들처럼 살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런것들에 대한 두려움만은 벗어버리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