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2006년 첫눈

**


*

*

*


*

*2006년11월6일밤


눈이 내렸단다. 못봐서 아쉬웠는데, 낮에 뒷산에 올랐다가 그늘에 가려 아직 녹지 않은 약간의 눈을 보고, 조금이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흐리고, 차가운 바람과 추적추적 겨울을 알리는 11월의 비가 뿌리더니 그새 추워졌다. 낙엽이 많이 떨어졌지만, 산은 이제사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찬바람이 얼굴을 아리게 때리지만, 간만의 산책은 반갑고 고맙다. 이제는 옷을 좀 두툼하게 입고 산행을 해야할 시기로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시간별로 다르다. 이른 새벽과 초저녁이면 산을 돌며 구성진 소리를 하는 할아버지. 이른 아침, 해뜨는 동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산중턱에 앉아 도(?)를 닦는 아저씨, 여기저기서 묵묵히 운동하는 사람들, 꼬부라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채 느린 발걸음으로 산책을 즐기는 백발의 노인, 낮시간 우르르 모여 앉아 막걸리나 소주를 즐기는 사람들, 한쪽에 모여 큰소리로 수다 떠는 아줌마들, 라디오 켜두고 단잠에 빠진 어르신, 주인 잃고 방황하는 강아지, 건강에 좋다고 맨발로 걷는 아저씨와 아줌마들, 남의 눈을 피해 몰래 노래 연습하는 아줌마, 서로 눈치보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정체모를 중년들, 간만에 모여 산행을 하는 가족등 산책길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모자 덕분에 머리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내려와 가게서 사온 막걸리를 김치와 벗삼아 한두잔 들이킨다. 한끼의 밥대신이자, 요구르트이자, 다이어트 식품. 그렇게 간만에 비추는 햇살아래서 한낮이 간다. 첫눈도 녹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