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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화장터에서 잠들다


걸음 다가가서야 사내가 장대로 불 속에 밀어 넣은 것이 시신의 다리 한쪽이란 것을 알았다. 다른 쪽 다리도 곧 떨어질 듯 건들거리고 있었다. 배 부분에서는 쉴 새 없이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팔다리는 제멋대로 툭툭 떨어졌다. (중략)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의 몸이 완전히 타는 데 세 시간 정도가 걸리며,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더 쉽게 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사람 타는 냄새가 돼지고기 굽는 냄새와 닮앗고, 좀 더 비릿하다는 사실도 깨닳았다. 내장이 팽창하다가 터질 때는 피융 하는 소리가 나고, 팔보다는 다리가 먼저 떨어져 나와 배 위에 얹힌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죽음에 관해 내가 시각과 후각, 청각으로 알아낸 사실이었다. 죽음은 우리의 감각을 벗어난 곳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중에서 - 화장터에서 잠들다

1) 군시절 구더기 가득한 쓰레기를 치우던 때가 떠오른다.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구더기들을 삽으로 퍼옮기는 동안, 군복에도 떨어지고 군화에도 떨어지고, 바닥에서 꾸물꾸물 기어가던 구더기들. 쓰레기더미에서 탄생한 생명체들이지만 꽤나 끔찍했다. 시체 썩을 때도 기어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 빗물로 미끄러운 산에서 내려오며 인간이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지금보다 더 절제해야 하는 것인지, 망설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