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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Jazz, Wine 그리고, 청국장

삼청동 끌레에서 찍은 와인과 비스켓, 2004년쯤?

저 청국장이야기. 총리공관과 삼청동수제비집 건너편에 위치한 '향나무 세그루'는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 밥먹으러 다니는 편이 아니라, 간만에 외식인 셈. 싱글들이 자장면으로 외로움과 비참한 현실을 위안삼는다는 블랙데이에 선택한 것이 바로 청국장. 다른 식당들과 달리 좀 한가한듯 조용하고, 깔끔한 식당 창가쪽에 앉으니, 창너머로 총리공관 안쪽 뜰에 핀 꽃나무들이 화사하게 비춘다. 미리 입수한 정보에 따라 청국장을 주문할때, 짜지 않고 걸죽하게 조리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난뒤 얼마후, 반찬 4종류와 함께 청국장과 사발에 담긴 밥이 나왔고,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는 정말 끝내주는 최고의 맛. 직접 키워 무쳐낸 돗나물도 싱싱하고(돗나물은 인삼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를 주인분께서 언급하심), 동반하신 강영만 감독님께서도 맛있다시며, 어느새 반찬을 모두 비우시고 추가로 요청하시기도. 자극적인 음식보다 단백함을 즐기는 편이라, 나중에 식사할 일 있으면 다시 들러보고 싶은, 그다지 냄새도 별로 안나는 제법 괜찮은 메뉴. 채식주의자나 건강을 생각하는 분, 청국장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 청국장 1인분 - 4,500원. 향나무 세그루.

2. 우연히 만난 뉴욕서 온 외국인 건축학과 교수분과 캐나다서 날아온 배우 브레드(빵)씨. 외국어하고는 영 친하지 않은 터라 몇시간동안 그들의 대화중에 아는 단어들을 정리하느라 뒷골에서 어지러움증 발생. 자리에서 일어나 등돌리며 두손을 번쩍들고, 영화 '박하사탕'속 설경구씨처럼 외치고 싶었다. '나 도망갈래~' 그래도, 천천히 말씀하시고, 몇차례지만 한국말까지 섞어가며 배려해 주셔서 쌩유베리감사~ 교수분은 iPod유저라 하드에 담긴 소스들을 보여주시며 설명하시는데, 그 깊은 대화를 이해못해 미안합니다. 아! 외국어만 들으면 울렁증에 손발이 떨리는 현상. 다시 만나게 되면 재빨리 피해야겠다. 영어는 괴로워! 그나저나 그들은 나를 Young Generation으로 알고 있는듯 한대, 진실을 밝혀야 할까, 말아야 할까?

3. 공연도 끝나고 영어권분들 보내드릴때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뿌린다. 둘둘 말려 있는 스크린을 펴고, 프로젝트빔을 켠다음, 스팅의 라이브 공연 실황 DVD를 넣고 PLAY버튼을 누르면, 스팅의 작은 공연은 무대에 실제로 올라선 것처럼 가까이 느껴지고, 몇조각의 치즈와 싸구려 와인을 마시며 영상에 빠져든다. 얼마후, 건너편 가게 형님이 오시고, 이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손님들까지 합세하니 그새 와인은 여러병 비워지고, 끝내 건너 가게 형님께서 값비싼 와인 한병 들고와 개봉하신다. 손님들중 한분은 먼조상이 한국에서 건너갔다고 당당히 말하는 교토출신의 일본인(오늘 참 국제적이야~). 다른 한분은 탱고 선생님! 출출해진 주인분은 라면을 끓여내오지만, 거부권을 행사함. 모두들 맛있게 잘먹지만, 전혀 끌리지 않음. 졸지에 난대없이 서빙을 하게 되고... 벌써 새벽4시, 자꾸 탱고 배우라는 손님일행을 보낸뒤,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있는 충청도 올갱이국집서 소주 두어병에 올갱이 해장국으로 속을 달래고, 주인들과는 다음을 기약한다. 미안하게도 딸랑 차비와 커피 두잔값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날. 이런 것을 '유쾌한씨의 돈없이 술마시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