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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삼청동은 지금 전쟁중

마전 삼청동사무소 근처에 재벌그룹의 자본으로 세워진 아트센터가 생겼는데, 내막을 보면 갤러리라기보다 와인과 안주, 스파게티와 요리로 무장한 이른바, 강남형 럭셔리 레스토랑을 오픈해 주변 상권을 장악하겠다고 나선 모양이다. 덕분에 기존에 장사하던 삼청동 상인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 간밤에 제법 식사손님이 많았다며 카페로 내려오신 어느 와인전문점 사장님 말씀이다. 일요일밤이라 와인보다 식사 손님들이 많았던듯. 재벌가와 영세상인들간에 시작된 이 싸움의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모르고 이곳에 뛰어들었다 손해를 보는 상인들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한것 같다. 얼마후엔 한두집씩 문내리거나 팔릴것으로 보이는데, 요사이 턱없이 올라버린 값비싼 월세를 감당할만한 재력가들이 몇이나 될까? 초기에 몇곳 안되던 와인바들도 이젠 너무 범람해서 안그래도 수익이 모호한 동네에서 나눠먹기들을 하고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로다. 어디나 그렇듯 삼청동도 부동산업자들과 건물주들의 장난에 놀아난 상인들과 서로간의 경쟁, 거기에 재벌가와의 전쟁까지 시작되었으니,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사업에 실패해 쓴맛을 보고 재기한 사람들의 인생경험이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들이 가진 정보와 인프라는 말그대로 내공과 같은 것이라 사료된다. 과일을 곁들여 간만에 맛보는 프랑스 와인 맛을 느낄수 없을만큼 머리를 새차게 쌔려온다. 화장품 냄새나는 싸구려 남미 와인만 마시다 간만에 얻어 마시는 좋은 와인이였는데, 말 몇마디가 와인향을 한방에 날려버리는구나. 알수없는 무언가가 안에서 꿈틀거린다. 아직 인생 경험이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수준으로 그들만의 대화에 끼어들기 버거운 순간, 그냥 듣고만 앉아 있었다. 삶의 내공이란 무엇이라도 한가지를 깊이 있게 파본 사람만이 그만의 깊이를 얻듯이 한순간 쌓여지는 것은 결코 아님을 뼈시리게 던져준다. 어느 한적한 시골의 구멍가게 주인도 결코 함부로 봐서는 안될 그만의 노하우와 내공이 있다는 것을 잠시나마 까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파워풀한 싸움에서는 누가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일게다. 거기에 그보다 더 뛰어난 두뇌들과 재력으로 덤벼오는 재벌가와의 전쟁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왜 삶이 전쟁이고 피를 말리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슬쩍 맛본 새벽녁. 멋진 날씨와 더불어 지나간 휴일을 잠시 재워두고 눈떠 본 아침은 여전히 초록이 푸르고 화창하기만 하다. 카페 주인께서 건내주신 콩물과 냉장고에 얼렸다 먹는 고구마 또한 별미로세. 분주한 아침 출근길속에 사람들틈에 끼어 늘상 느끼지만, 부지런해 보여 좋으나 한편으로 안스럽다. 꼭 저렇게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일까? 먹고 산다는 문제는 어쨌든 치열한 전쟁같다. 양평에 쑥뜯으러 가신 카페 주인께선 쑥전을 해주신다며 놀러 오랜다. 어찌된게 우리동네보다 삼청동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간다. 늘 외로운 이분께선 집 팔고 이사 오라는 농담을 던지시는데, 글쎄다. 전쟁통에 끼어서 머리 썩을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