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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ide Dish

술 설중매 이미지
근에 Wine에 버금갈 만큼 즐기는 술, 그 이름 雪中梅. 추석 성묘 때 맛을 본 술인데, 새콤달콤한 한국형 와인 매실주에 흠뻑 빠져 버렸다. 저가 Wine과 비교하면 제법 비싼 편이지만, 동네 가게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한 병으로도 숙취를 느낄 만큼 강력한 포스를 자랑한다. 예전보다 음주가 줄었지만, Wine과 雪中梅를 놓고 무엇을 마실 거냐고 물으면 둘다 빼놓지 않고 마실 것 같다. 이런 술들이 처음엔 달콤해서 마시지만 덕분에 빨리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술이야 워낙에 다양하고 장르가 많으니 이만 멈추고, 어느 술에나 안주가 필요한 법인데, 어느 술에나 어울릴만한 안주는 없을까?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그런 안주는 당연히 홍어 무침이다. 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홍어 안주인데, 전라도에서는 결혼식 때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결혼을 앞둔 선배의 결혼식 사회를 보기로 해서 전날 선배의 집에 방문했다 둘이 앉아 집안에 있는 술과 밖에서 사온 술을 아침까지 모두 비워 버리고도 정신 멀쩡하게 만든 안주가 바로 홍어 무침이다. 형님네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홍어 무침은 꽤 달착지근하니 입에 잘 감돌았는데, 오독오독 씹히는 그 질감과 고추장, 설탕, 식초 등에서 느껴지는 새콤달콤한 맛이 아주 인상적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재료의 배합이 중요하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 바로 요리의 기술일게다. 홍어무침도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아무나 맛깔 나게 만들 수 없다. 훗날 이곳저곳서 홍어 무침을 맛보았으나, 그 형님네 어머니 솜씨만큼은 못했다. 얼마 전 사촌 동생 결혼식 때 작은 어머니께서 만드신 홍어 무침을 안주로 가족들이 모여 술자리를 가졌는데, 자꾸 홍어 무침에만 손이 갔다.
홍어무침 이미지
입에 맞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주 먹을 수 없는 안주이기에 마주한 홍어 무침을 놔둘수 없었던 게다. 왜 자꾸 홍어 무침을 칭찬하느냐고 묻는다면, 이 안주는 경험상 어느 술에나 다 어울린다고 말하고 싶다. 양주, 와인, 꼬냑, 데낄라, 소주, 막걸리 등 어울리지 않는 술이 없을 만큼 포용력이 뛰어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술과도 적절히 어울리고 취하지 않게 하는 마법을 가진 안주라고도 하겠다. 거기다 밥반찬으로도 제격이다. 그래서 홍어 무침을 좋아한다. 홍어하면 홍어 삼합을 떠올리겠지만, 이 맛깔나는 홍어 무침도 찾아 먹다 보면 그 먹는 재미와 맛에 흠뻑 취하리라. 이밤에 雪中梅 한 병을 비우면서 머릿속에 날아다니던 안주는 역시 홍어 무침. 분명히 훗날 정읍에 계신 그 형님의 어머니께 달려가 홍어 무침을 해달라고 부탁 드리리라. 사는 게 뭐 그렇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에 빠져 살다 막상 원하던 것을 얻게 되면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이놈의 맛이란 것은 끝이 없다. 더구나 그 맛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도 쉽지 않고 그것을 즐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값비싼 물건을 금고에 넣고 살고, 몸에 붙이고 사는 것과는 비교할 것도 아니다. 삶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을 떨칠 수 있는 것이 가족이나 친구, 일, 놀이, 그리고 맛이란 것이다. 밋밋한 무형의 혓바닥 위에 온갖 재료들을 올려 놓고 턱으로 씹고, 체액을 섞어가며 씹히는 감촉과 세상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이야말로 제일 큰 행복이 아니고 무어겠는가! 홍어 무침은 그런 재미를 갖다주는, 제비가 물어다 준 흥부네 박씨같은 존재일게다. 내게는 없어서 못먹는 귀한 안주이자, 최고의 안주인 셈이다. 아 침나온다. 꼴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