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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프랑스 요리 & 퓨전 한식

제 : 눈이 많이 쌓였기에, 새벽에 한 시간 동안 골목길을 쓸었다. 출근하는 아줌마들이 여기저기서 넘어진다. 나와서 눈 치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이 많아서 빗자루질 한 번으로는 어림없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빗자루질을 만 번 이상 한 것 같다. 겨우 길을 냈을 무렵, 땀으로 흥건하고 안경 위로 땀방울이 빗물처럼 떨어진다. 씻고, 아침을 먹고 나니, 아침해가 환하다. 외출 전 찾아오는 아랫도리의 적신호. 후다닥 일 마치고, 옷 입고 지하철을 탄다. 전철이 늦게 와서 종각에서 택시를 탔더니, 삼청동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잠시 후, 차 몰고 나타난 파리 장, pomme 님. 몇 개월 만에 마주한 그는 야위었고, 피곤해 보인다. 라 끌레 주인께서 출입문 고치느라 나와 계셔서 인사드리고, 예약해둔 삼청동 어느 프랑스 식당에 들어갔다. pomme 님에게 얻어 먹고살다, 간만에 한 끼 대접하려고 찾은 곳. 인터넷서 워낙 유명한 곳이라 기대가 컸다. 메뉴 설명을 듣고 안심스테이크로 메뉴를 정하고, 글라스 와인까지 주문했다. 요리가 나올 때쯤엔 손님들로 가득 찼다. 빵과 샐러드, 메인으로 나온 안심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후식으로 주문한 에스프레소까지 맛보니, 와인도 요리도 가짜 에스프레소도 실망스럽다. 소스의 강한 맛, 떨어지는 재료의 신선도, 특히 자장 소스 같은 스테이크 소스 맛이란. 꼬투리를 더 잡고 싶지만, 다시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배 채운 것으로 만족하고 빨강숲에 들렀으나, 이곳도 에스프래소는 영~ 맛 모르는 된장인들이 만들어낸 요리문화란 믿을 게 못 되는것 같다. 라 끌레 사장님이 사주는 단팥죽 한 그릇 얻어먹고, 갤러리에서 프로젝트 빔으로 'BOB'를 보며 젖은 신발 말리다 돌아왔다.

늘 점심 : 오랜만에 skyfish님과 the나무를 찾아 소나무 정식을 주문했다.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가 즐비하다. 요리들이 차례로 나오고, 음식을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란 '역시 이 집이 제일이다.'였다. 퓨전 한식 메뉴가 한식+일식(회)+중식+양식을 모두 먹는 기분이다. 살아있는 재료들의 맛과 절묘한 조화로움이 미각을 살린다. 양은솥밥에 물을 붓고 먹는 누룽지와 후식까지 질리지 않고, 거리감 없이 입에 척척 붙는 느낌. 장르는 다르지만, 삼청동 프랑스 식당보다 50배쯤 더 나은 것 같다. 테라스에서 햇살 받으며 앉아 마시는 원두커피 한 잔도 여유롭다. 수차례 다시 가는 식당은 흔치 않다. *더나무(the나무)는 유일하게 수차례 다니는 식당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