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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아지랑이

즘 뒷동산에 올랐다 내려올 때는 반소매차림입니다. 날씨가 그만큼 따뜻해졌다는 얘기죠.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있노라면, 아지랑이가 그림자처럼 주변에 피어 오릅니다. 햇살과 아지랑이가 너무 좋아서 눈을 감고 누우면, 일어나기 싫어집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낮에나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아무 때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많이 따뜻합니다. 어느 가족들은 아예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와서 점심 식사를 하는가 하면, 요즘 부쩍 늘어난 커플들도 보입니다. 학생 커플, 연애 커플, 부부 커플, 노인 커플까지 참 다양합니다. 아이를 동반한 엄마, 아빠, 부모님을 모시고 오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거침없이 달리시고,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아이는, 정상에 올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놉니다. 정상에는 운동기구도 있고, 약수터 주변에는 체력 단련장과 그네, 배드민턴 코트도 있으며, 훌라후프를 돌리는 가족도 많습니다. 노인들은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시는지 무거운 역기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다 가십니다. 운동을 죽도록 싫어하는 저는 밥 먹고 화장실 다니는 것만큼, 조금이지만 운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운동은 생활에 큰 활력과 열정을 주고,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해줍니다. 사진으로 보는 근육 좋은 사람들 모습은 큰 자극제가 됩니다만, 뱃살 빼기는 쉽지 않고, 복근 만들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10년 예정하고 시작한 것이니까, 남은 시간 동안 꾸준히 하면 언젠가 복근도 뚜렷해지겠지요? 며칠 전, 아는 형님으로부터 스쿠터 일주를 떠나자는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군침 당기는 소리지만, 당장은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 할 판입니다. 5월이나 되면 어찌 할 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맛있는 것도 찾아 먹고, 운동도 즐기고, 봐야 할 영화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고, 다녀야 할 여행지도 많고, 알아야 할 것들도 많고, 즐겨야 할 것들도 많으니, 몸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라고 해야 할까요? 간혹 태양인 체질이 부럽습니다. 태양인의 그칠 줄 모르는 정열과 체력 말입니다. 소양인 체질은 조금만 힘을 써도 금방 지치니…. 체력을 키우면 더 나아질까요?

아지랑이 피는 뒷동산에서 햇살을 맞으며, 상쾌함을 느낍니다. 물질적 행복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어울리는 소박한 행복은 마치 파아란 우주를 껴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질적 욕심은 끝 없지만, 이것은 돈도 안 들고, 고생스럽지 않은 상태로 얻는 기분 좋은 행복입니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서해안의 물결이 반짝반짝 비추는 게, 머지않아 꽃들이 반짝거릴 모양입니다. 산책과 운동하기 좋은 뒷동산에는 오늘도 그렇게 아지랑이와 함께 소박한 행복을 찾아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커플들 모습은 반갑지 않지만, 흠뻑 흘리고 난 땀과 함께 얻는 즐거움은 정말 하늘 높이 던져서 모두와 나누고 싶은 잔잔하지만 즐거운 기쁨입니다. 따뜻한 봄바람 부는 산에 올라보세요. 소박소박 두꺼운 옷을 벗고, 부끄러운 듯 슬며시 얼굴을 내밀 꽃잎이 자기를 찾아줄 눈길을 기다립니다. 곧, 제비도 돌아온다는 꽃피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