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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벚꽃놀이에 가린 노점상 단속

이라고 여기저기 꽃놀이와 사진찍기에 바쁜 사람들. 그리고 한편에서 용역직원에게 분해 당하는 노점상들. 용역직원들 틈에서 욕하고 싸워야 하는 대학생 청년이 때린 아줌마는 여자 친구의 엄마는 아니었을까? 혹은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이었을지도. 청년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버리지는 않았을까? 사회에 내민 첫발이 몽둥이질이었고, 그 대상이 이웃이어야 했던 청년의 가슴엔 무엇이 남을까? 노점상이 불법이라고 하나, 그 법을 만드는 자리에 노점 상인은 없었다. 나라에서 정해준 법이라 두렵지만, 꽃놀이 가려는 자식에게 똑딱이 디카를 사주려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서야 했다. 주인이 무서우면 하인도 재빠르다. 자신도 두렵고, 다치기 싫고, 밥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굶기 싫고, 거리로 내몰리기 싫어 주인을 따르고 몸을 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주인이 기분 좋으면 세상 물 만난 양 먹고 마시며 떠들다, 주인이 화나면 살며시 꼬리 내리고 살랑거리는 게 똥개의 본능 아닐까? 바르게 보이면서 바르게 보이지 않는 세상의 막다른 벽. 따스한 봄날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꽃놀이하며 즐겁게 웃고, 추억을 위해 셔터를 누를 때, 마을 어디에선 누군가의 피가 터지고, 머리가 깨지고, 살이 불타고, 바닥에 떡볶이가 뒹군다. 과연 세상이 즐겁기만 한가? 아름다운가? 용역직원으로 나섰던 청년이 며칠 후, 여자친구의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와 담배를 꼬라 물고, 소주에 의지하며, 화장실 변기통을 껴안고 아무도 몰래 '억 억' 소리 내 울어야 할지 모를 순간. 꽃이 아름답고 예쁘지만, 꽃잎이 아름다운 이유는 살고자 억장이 무너지도록 피눈물 흘려야 했던 어머니, 아버지의 잔해와 분해물이 흘러들어 젖은 이유 아니었을까? 어른들이 말했다. 진달래가 많이 피는 곳은 전쟁 때 죽은 사람들 피가 흘린 곳이라고. 그들의 한과 설움의 눈물이 꽃으로나마 아름답게 핀 것인지 모른다. 평화와 행복도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 없이 이루어진 게 아니듯, 지금도 한쪽에선 피와 뼈를 부수며 더 나은 삶을 쟁취하려 몸부림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꽃놀이와 사진찍기를 즐기며,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새 옷을 자랑하느라 바쁜 이들이 공존한다. 그것은 꽃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유다. 셔터는 꽃만 찍으라고 달린게 아니다. 이 봄, 누구에게는 잔인하고,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임금님도 구하지 못한다는 가난과, 깨끗하고 세련된 것 좋아하는 주인이 사는 경계에서 - *봄철 노점상 단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