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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삼촌

*멋진 복근 만들기! *행복은 마음의 여유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해! *이 멋진 세상, 투덜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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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09. 3. 6. 04:15

막걸리, 그리고 기억


태어나서 처음 맛본 술은 막걸리였다. 4살인지 5살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가 무릎 위에 앉혀놓고 항아리를 휘휘 저어 바가지로 꺼내 먹인 술. 그 술에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깨어나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제사를 지내고 나면 할머니께선 꼭 술을 주셨다. 어린이였고, 미성년자였다. 그때부터 술과 함께 질리도록 긴 여정은 시작되었다. 소주, 갖가지 맥주에 남들은 싫어하며 심지어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 독한 흑맥주에 데낄라, 각종 양주, 고량주, 위스키, 칵테일, 코냑 그리고, 십수 년 마시는 와인에 이르기까지 술은 삶의 동반자이자, 친구 같은 존재인 것 같다. 궁핍하던 시절에도 위안을 삼고자 술을 찾았고, 지금은 즐긴다.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을 달래주는 한 몫을 하는 술. 처음 마신 술이 막걸리여서일까? 최근에 다시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데, 이게 아주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게 너무 맛나다. 아마 운동 삼아 뒷동산을 다니게 되며 저절로 막걸리를 찾게 된 듯. 하굣길에 논일하다 새참 드시던 어른들이 길가던 나를 불러 앉히고 김치 한 가닥에 건네주시던 막걸리 한 사발. 그런 정이 기억되서인지, 막걸리는 참 정겹다. 요즘 돈벌이 좋은 동생 녀석 덕에 주말마다 호강하지만, 어느 좋은 술도 막걸리의 매력을 따라올 술은 없는 것 같다. 엄청 좋아하던 데낄라도 막걸리의 매력에는 따를 수 없다. 봄이 오고 벚꽃 필 때 동네 유채꽃밭 근처 노점에서 번데기와 함께 마시는 막걸리도 참 운치 있어 즐기는 것 중에 하나. 마실때 마다 기억나는 어린 나를 무릎에 앉히고 반강제로 막걸리를 마시게 하던 돌아가신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 제사 지내고 남은 막걸리를 주시던 돌아가신 우리 이쁜 할머니. 막걸리는 내게 그런 기억과 추억과 흐뭇한 미소를 가져다주는 술이다. 제아무리 값비싸고 맛난 와인도 혀만 자극할 뿐, 이런 감동은 없다. 가난하고 배고플 때 마시는 술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착하고 몸에 좋은 술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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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iniinterview.com BlogIcon jeolee 2009.03.06 10:37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런 이유로 술을 좋아하시군요. ^^ 저 역시 3~4살때였던 기억인데 전 매실주를 그렇게 마셨죠. 매실만 건져먹다 취해서...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술을 잘 마시진 못합니다. 싫어하진 않지만...

    그나저나 논두렁에서 김치와 같이 새참먹던 막걸리 이미지와 아이맥 앞의 고구마와 막걸리... 시절이 많이 바뀌긴 했네요.

    • Favicon of http://stay.tistory.com/ BlogIcon OldBoy 2009.03.06 15:47 수정/삭제

      몸을 해독해 주는 매실을 드셨군요! 다시 드셔보세요.
      모둠회에 메실주는 최고의 궁합이랍니다! ㅎㅎㅎ

    • Favicon of http://miniinterview.com BlogIcon jeolee 2009.03.06 20:43 수정/삭제

      전 회가 더 먹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stay.tistory.com/ BlogIcon OldBoy 2009.03.06 21:19 수정/삭제

      회잡수러 오시라니까요! 모둠회 괜찮은 집이 있어요!

  • Favicon of http://pjjk.tistory.com BlogIcon skyfish 2009.03.06 11:11 ADDR 수정/삭제 답글

    ^^ 저도 술은 못하지만 말씀만 들어도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요 ^^

    • Favicon of http://stay.tistory.com/ BlogIcon OldBoy 2009.03.06 15:48 수정/삭제

      요즘 막걸리는 굉장히 순해진 종류가 많으니, 잘 찾아서 한 두 잔씩 즐겨보세요.
      간을 보한다는 놀라운 기능을 가진 유일 무이한 술이랍니다!

  • wani 2009.03.06 16:47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처음으로 접한 술이 막걸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닥 기억은 없지만 시골엔 막걸리와 소주가 서민술인 만큼...
    원기왕성할 때 소주는 죽을정도로 원없이 먹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막걸리도 많이 마셨죠~
    막걸리와 김치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여기서 막걸리는 구하기 힘들고 오늘밤은 차디찬 맥주나 한 잔 해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tay.tistory.com/ BlogIcon OldBoy 2009.03.06 18:21 수정/삭제

      제가 알기로는 이동주조 미국지사에서 수입판매 하는 것으로 압니다. 대형마트 같은 곳에 가면 구할 수 있을거예요.

      http://www.e-dong.co.kr/product/product2.php

      아니면, 누룩을 구해 직접 담궈보시는 방법도??

      and

      가능하면 맥주를 줄이시길 권합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서도 맥주 대신 와인으로 갈아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의학적으로 맥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설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것 같네요.

      막걸리는 건강에 좋다하여 최근 일본인들 사이에 큰 붐이 일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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