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집안일 돕는것이 너무 지겹고 귀찮아서 10대의 나이에 가출을 밥먹듯 하던 나와는 달리, 한동네에 사는 그녀석은 투정 한번없이 그 산더미 같은 집안일을 도우며 착실하고 선하게 살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교부터는 다니는 학교가 서로 달라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져버린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된것은 군시절이다. 군에서 알게된 친구놈이 마침 이녀석과 고등학교 동창에 친한사이였던 터라 휴가 나온 어느날, 포장마차에 들러 잔뜩 술을 퍼마시고 이녀석의 집에가 셋이 함께 잠을 청하게 되엇다. 폭주로인해 늦으막한 아침에 눈을 떳을때 나를 가운데에 두고 양옆에서 깊은 잠에 빠진 두녀석이 보였고, 이상하게 내얼굴은 뻑뻑함이 느껴졌다. 눈꼽인가 하고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와 세수를 하려고 문득 거울을 보고는 그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굴과 머리등에 이물질이 묻어서 굳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두녀석들이 양쪽에서 내 얼굴 쪽으로 이물질들을 토해놓은 것이엇다. 이를 발견한 이녀석의 동생이 닦아주기는 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는 제거하지 못한 모양이다. 결국 머리카락이며 얼굴등 전반에 걸쳐서 이놈들의 이물질들이 다닥다닥 붙어 굳어 있었다. 훗날 얘기를 건내기전까지 그들은 이사실을 모르고 살앗고, 얼마후 우리집은 이사로 인해 그동네를 떠나게 되엇으며, 몇년이 지난 어느날 이녀석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녀석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단다. 친구놈과 함께 차를 타고 달려가 만났을때 녀석은 만삭의 아내를 둔 상태였고, 가벼운 인사만을 나누고 돌아와야 했다. 마음을 열지 못하며 사랑할수 없는 이유는 마음에 심한 장애를 입어서 그런것은 아닐까? 찰나의 사랑은 그 깊이를 논할수 없지만, 세월이 묻어나고 주름진 사랑은 그 깊이만큼 존경받아야 할것이리라. 사랑하는 사람이 손발이 잘려 나갔을때 그의 수족이 되어줄만큼 사랑이란 것은 헌신적인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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