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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재

화장터에서 잠들다 몇 걸음 다가가서야 사내가 장대로 불 속에 밀어 넣은 것이 시신의 다리 한쪽이란 것을 알았다. 다른 쪽 다리도 곧 떨어질 듯 건들거리고 있었다. 배 부분에서는 쉴 새 없이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팔다리는 제멋대로 툭툭 떨어졌다. (중략)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의 몸이 완전히 타는 데 세 시간 정도가 걸리며,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더 쉽게 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사람 타는 냄새가 돼지고기 굽는 냄새와 닮앗고, 좀 더 비릿하다는 사실도 깨닳았다. 내장이 팽창하다가 터질 때는 피융 하는 소리가 나고, 팔보다는 다리가 먼저 떨어져 나와 배 위에 얹힌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죽음에 관해 내가 시각과 후각, 청각으로 알아낸 사실이었다. 죽음은 우리의 감각을 벗어난 곳에 있지 않았다... 더보기
직메 룬둡의 편지 안녕, 나의 친구 내가 어떻게 그 경험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네. 그 여행을 이해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티베트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넘어 보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그 여행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을 만들면 좋겠단 생각을 한거야. 가령 중국 군인에게 잡히면 감옥에 갈 게 뻔하니 낮에는 쥐 죽은 듯이 숨어서 잠자야 해. 잠이 쉽게 들 리 없어. 온몸은 얼어붙고 온갖 악몽에 시달리지. 우리 그룹은 남자들로만 구성돼 있었는데, 내가 가장 어렸어. 걸으면서 난 천천히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어. 고지대에서 단련된 티베트인들의 허파로도 히말라야 고갯길의 희박한 산소는 견디기 어려워. 심장이 굳어 가는 것처럼 가슴이 뻐근해지는데 그 고통을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굴은 단단하게.. 더보기
어리석음 '우연히 똑같은 것을 보고 웃거나, 똑같은 것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하소서.' -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중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