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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 샀습니다 -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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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핑퐁의 표지

먹자는 선배를 만나, 산아래 위치한 보리밥집서 콩비지와 된장과 퍼런 풀들로 만들어진 나물 반찬들을 넣고 들기름인지 참기름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기름을 뿌려 비볐더니 별미더군요. 뭐 가끔 먹는 메뉴들은 다 별미인 겁니다. 선배 형이 파전을 먹자는 통에 동동주까지 덤으로 주문했는데, 누런 빛깔에 그럴싸한 맛이 나더군요. 식후에는 리필도 잘되는 콜롬비아산 원두커피의 쌉쌀함도 느꼈습니다. 먹고 남아 용기에 포장된 막걸리를 들고 서점에 들어가 책을 구입하고, 변해버린 공과금 납부방법에 익숙치 못해 먼 은행까지 털래털래 땀 삐질 흘리며 걸어가, 경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공과금을 납부했습니다. 예전처럼 막 은행에 취직해 공과금 창구에서 일하던 풋풋한 젊은 여성들의 모습은 더이상 구경할 수 없게 되어 아쉽더군요. 변해가는 제도에 맞춰지기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서점에 들린것은 꽤 오랫만의 일이고 이 책을 산것은, 얼마전 읽던 '남쪽으로 튀어'를 마무리 짓고 한국사를 읽다 지루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좀 즐기던차에 RSS리더기에 잡힌 *ozzyz review덕분입니다. 꽤나 인상적인 글솜씨에 살짝 반해 전부터 즐겨찾지만 댓글은 달지않는 블로그죠. 아마 *함장님도 즐겨 찾으실겁니다. 순전히 저 리뷰에 홀려서 낮시간 서점에 들러 주저없이 구입해 버린겁니다. 박민규 작가의 유명한 이전 작품들은 읽어본적도 없습니다. 제 20대 시절에는 잡지와 저널 읽기에도 바빴고, 그것도 얼마후에는 아예 읽지 않게되엇으며, 좀 더 지난 후에는 누군가 선물이나 해줘야 읽을까 말까 하는 식으로 전락해 버린겁니다. 이건 저만 그런것이 아닐듯 하군요. 과거 어린시절과 청소년기에는 책과 만화와 영화에 미쳐 살았는데(당시엔 달리 즐길것들이 드믈엇슴), 적당히 빡쌨던 사회생활이 어느덧 속빈 강정으로 만들어 버린것이라 탓만 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흘럿고, 인터넷이나 다른 문화적 놀이 또는 유희들을 즐기더라도 결국엔 처음 배운 자전거 타기와 자동차 운전처럼 몸에 베어 있는 독서와 영화감상의 시기로 귀환하는 모양입니다. 지금의 저처럼. 그동안 즐기던 담배와 알콜맛이 진부해져 버린 이유가 답일까요?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음주를 줄인뒤로 그것들에 무슨 이유로 중독되어 지냈을까라며 채근도 해봅니다. 어차피 길거나 짧은 인생살이에 조금이라도 좋은 것들 취하고 살기도 모자랄 판에 자신을 학대하며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급히 지나가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핑퐁'을 사들고 뒷산에 올라 때늦은 모기의 습격을 받으며 몇페이지를 읽는데, 제가 좋아하는 류의 스토리는 아니더군요. 어떤때는 이런 류의 책이나 영화들이 좀 불쾌해질때도 있습니다. 낯설기도 하죠. 실존하고 주변에 있는 것도 알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는 것들. 하지만, 이런 장르속 인물들이 허구가 아님을 알기에 그것조차 쳐다 볼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하며 읽어봐야겠습니다. 몇페이지 넘기다 내려오던 중에 가게에 들러 고구마, 감자, 두부, 계란, 미숫가루, 서주아이스주, 돼지바, 우유를 샀습니다. 책읽으며 먹을려구요. 아직 정확히 내용판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감으로 추측하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까 하고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