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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사라지는 단골집들에 대한 아쉬움


한 말로, 나는 입맛이 까탈스러운 편이다. 고기의 경우도 시골서 먹고 자란 탓에, 홍대 골목서 사먹는 고기는 어쩔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곤 피하는 편이다. 달콤하게 양념해서 먹는 고기도 반기지 않고 생고기 위주로 먹다보니,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찾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최근에는 소금과 설탕, 후추, 조미료에 민감해져 식당서 밥도 안먹는다. 이는 어릴때부터 잡곡밥과 싱거운 반찬들에 길들여진 탓도 있으리라. 이집 저집 방황하다 겨우 입에 맞는 집을 발견했을 때는 새로운 행복을 찾은 것처럼 즐겁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갔을때, 그들도 그 맛에 공감하게 된다. 10여 년전, 이 동네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순대국을 파는 곳이 있었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테이블 4개의 작은 가게. 냄새에 민감해서 조미료 냄새에도 숟가락을 내려 놓는데, 이집 순대국에 반한 손님들은 그 맛을 나누기 위해 일부러 가족들 손을 잡고 찾아오고, 함께 간 선배들도 그 맛에 감탄을 연발하며, 순대를 구입하기도 했으며, 생전에 우리 할머니께서 좋아하셔서 냄비를 들고 가서 담아다 드리기도 했다. 과음후, 속을 달래주는 '위장의 천국'같던 그곳이 어느 날 주인이 바뀌고, 맛도 바뀌더니 급기야 문을 닫았다. 그후로 순대국밥을 먹은 기억이 별로없고, 혹은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곤 했다. 최근에 발견한 고기집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 저곳을 헤매다, 겨우 발견한 동네 외곽의 작은 고기집. 시골서 먹는 맛과 흡사해 가족들과도 이곳만 찾게 되는데, 이집은 고기뿐 아니라, 쌈장이나 간장 양념된 양파, 묵은 김치도 맛이 기가 막혀서, 까탈스러워 고기를 잘 먹지 않던 친구놈마저 맛깔나게 먹어댈 정도다.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이집서 목살이나 가브리살을 먹곤 하는데, 주인과 익숙해져 혼자서도 심심치 않다. 최근, 운동을 하면서는 일부러 일주일에 한번은 꼭 들리게 되었다. 고기에 대한 일종의 유희랄까? 고기나 양념장, 묵은김치 맛을 음미하며 먹을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이집서 즐긴다. 마음 같아서는 사람들 모두 데려다 먹이고 싶을 정도인데, 이집이 위치적으로 외진 곳이다보니, 손님들이 뜸한 편인데, 그래도 고기맛에 반한 단골들은 꾸준한것 같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했더라면 붐볐을 집인데, 외곽의 작은 곳이라, 일부러 그 집을 찾는게 쉽지는 않을터.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 까탈스런 입맛에 유희를 주던 이집도 내일이면 문을 내린다. 이유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주인들과도 제법 익숙해져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와 농담을 나눌 정도가 되었는데, 가게를 접는다니 많이 아쉽다. 이상하게 같은 가게라도 주인이 바뀌면 맛도 변한다. 내일 이후, 이집을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또 어디서 이런 맛난 고기집을 찾을까? 겨우 고기따위에 이러냐고 할 지 모르지만, 입맛에 대해 조금만 까다로워지면 그 이유를 알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그 맛을 나눌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크기만 하다. 불과 몇개월이었지만, 내 까탈스런 입맛을 충족시켜주시던 '천하가든' 고기집 주인 내외분께 감사드린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