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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성탄, 이런 저런...

이태원 젤와인 매장 이미지
23일 새벽 두 시경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동네로 온다기에 나가서 맞이하고 아직 영업 중인 횟집에 들러 소주에 우럭을 곁들여 대화를 꼭꼭 씹는다. 거의 1년여 만에 만난 두 사람의 여전한 모습과 술 취하지 않게 하는 고루한(?) 학자적 소재의 대화. 역사 이야기, 정치 이야기, 서체 이야기, 사는 이야기... 알지도 못하는 중국 단편영화 속 주인공이 나와 닮았다며 농담삼아 일하는 아줌마에게 영화배우라고 소개하니, 아줌마 왈 '포르노 배우요?'. 중국 배우에서 포르노 배우로 거듭나던 순간. 할 말을 잃은 우리와 달리 이 말이 사실처럼 겉돌며 다른 손님들도 관심을 갖는다. 나와서 맥주 한잔 더 마시고 3차로 도가니탕에 또 소주를 마시다 보니 버스가 오가는 새벽. 후일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

24일, 약도만 믿고 지하철을 몇 차례 갈아타며 녹사평역 3번 출구로 나와서부터 헤매기 시작.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물어가며 언덕배기에 있는 *jellwine을 겨우 찾았다. 경사지고 좁은 길에 오가는 차들을 보니, 서울 외곽 좁은 시외가 떠오른다. 차 없이 와인 사러 가기엔 좀 불편한 곳. 땀 삐질대며 들어가니, 앞서 온 손님이 대량으로 병 와인을 사가는데, 모든 종업원에 거기 매달려 다른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있다. 다행히 입구에 내가 찾던 부론가 릿지 클라렛이 같은 가격표를 붙이고 푸짐하게 쌓여 있다. 앞서 대량 구매해가는 손님 덕분에 잠시 기다리며 매장을 둘러볼까 하다 포기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안이 좁고 답답해 보인다. 종류가 많아서 좋지만, 구입할 와인을 미리 정해두고 가서 구매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 듯. 계산하고 적립카드 받아들고 차와 사람이 대책 없이 오가는 길을 내려오다 등에 땀이 끈적거리고 와인이 무거워서 이수역까지 택시를 탔다. 산에 가서 운동 안 해도 그와 비슷한 운동을 하고 온 듯한 효과. 많은 종업원이 손님 한 명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다른 손님도 신경 쓰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혼자 할 일을 서너 명이 매달리니... 그래도 팩 와인 구할 곳을 찾아 참 다행. *젤와인 약도
어울리지 않게 계집애처럼 음성메시지 남겨준 두오 군 장가가게!

25일 아침. 미국 LA에서 전화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쳐주신 훈 님,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