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새 운동화 노는삼촌 2008. 4. 11. 04:56 지지리도 가난하던 어린 시절 내 운동화는 2,500원짜리 까만 운동화였다. 까만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형님들이 신던 옛날 운동화. 나이키와 아식스를 신고 다니던 아이들 운동화를 보면 부끄러워 숨기고픈 못난이 운동화. 책 보자기와 까만 운동화가 가난의 상징인 양, 도시락도 못 싸고 영양실조에 시달려야 했던 생활이 싫어 도망치고 싶던 때. 그 까만 운동화가 없어서 못 신는 아이들도 있었겠지만, 르까프와 프로스펙스는 한 번쯤 신어 보고 싶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세상도 많이 변했지만, 아직 구두보다 운동화를 더 좋아한다. 기술이 좋아져서 신었는지, 벗었는지 헷갈릴 만큼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다니게 되었다. 어린 시절 마땅한 운동화가 없어 축구시합 할 때마다, 발가락이 깨졌던 기억 탓일까? 새로 생긴 마트에서 발견한 3만 원짜리 흰색 축구화를 보고 덥석 사버렸다. 누구에게 3만 원짜리 축구화 따위가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껏 3만 원이 넘는 운동화를 신어본 적 없다. 신발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릴 적 신던 2,500원짜리 까만 운동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라 핑계 대본다. 새로 산 하얀 축구화는 저편에서 오버랩되는 까만 운동화와 함께, 지겹던 가난을 상기시킨다. 힘들고 고단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곧 나를 다스리는 가치이기도 하다. 어느 성공한 부자라도 힘들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추억을 되새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이는 자장면을 끼니마다 챙겨 먹고, 또 어떤 이는 어렵던 시절, 억지로 삼키던 싸구려 샌드위치를 하루에 한 번은 챙겨 먹는단다. 내 것은 아니지만, 값나가고 비싼 것을 누려봐도 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싸고 호사스러워도 그것이 생활에 불필요한 것이면 쓰레기나 다름없는 것을 느껴서일까? 내 처지에 호사스런 것들은 불필요한 사치일 뿐, 생활에 편리한 것이 제격이다. 티 나는 호사는 누리고 싶지 않다. 가치 있고 차분하며, 꼭 필요한 사치라면 몰라도 만약 아니라면, 빈 껍데기나 다름없는 것. 성공이란 먼 이야기지만, 여전히 까만 운동화는 잊히지 않는다. 선택보다 포기를 먼저 배워야 했고, 죽도록 먹기 싫던 수제비와 함께 오랫동안 떠올리며 살아야 할, 발등 위에 지우지 못할 문신 같은 추억의 까만 운동화. 좋아요공감공유하기 URL 복사카카오톡 공유페이스북 공유엑스 공유 게시글 관리 구독하기 Don't Lose Faith! Hey you bastards, I'm still here! 'Diary' Related Articles ing 벚꽃놀이에 가린 노점상 단속 숨길수 없는 세가지 봄날의 산책 Don't Lose Faith! Hey you bastards, I'm still here!*멋진 복근 만들기! *행복은 마음의 여유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해! *이 멋진 세상, 투덜대지 마!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