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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08 베이징 올림픽 코리아 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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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날, 은사님께서 북경 올림픽 가자고 연락을 해오셨고, 피똥 싸는 고생 하면서 준비를 마친 다른 어느 날, MBC 공개홀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천진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난데없이 떠나는 여정. 마음은 이미 비워버린 상태. 그냥 즐기자! 본래는 남북공동응원단을 결성하려 했으나, 남북관계 문제로 아쉽게도 코리아 응원단이 되어 버렸죠. 시작부터 삐끗한 것. 함께 한 연예인들은 김흥국, 김국환, 현숙, 남궁옥분 분들과 과거 올림픽 대표 선수들도 동행했습니다. 주관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는 MBC 등이고, 민예총과 흥사단도 함께 했으며, 방송문화진흥회, 한겨레신문사 후원으로 시작된 소집이었는데, 이들과 아무 관련 없던 저는 얼떨결에 같은 비행기를 탄 겁니다.

400명이나 되니, 비행기 타는 것부터 큰일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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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진으로 나뉘어 비행하고, 중국서는 10대의 버스로 이동했으며, 오성급호텔서 묵고, 400명~1,000명 수용이 가능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죠. 중년을 앞두고 떠나는 수학여행 같은 거였습니다. 삐걱거리고, 문제도 많았지만 그냥 모든 것을 즐겼습니다. 암표가 극성이라 단체 표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라더군요. 보통 표 한장에 20만 원 이상 줘야 구할 수 있다니. 20만원 X 400 = ? 더구나, 공안이 암표상 단속에 나서자, 모두 잠적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일정은 꼬일 대로 꼬여 버렸습니다. 모든 상황을 쓰디쓴 중국 술과 기름진 중국 음식으로 위안 삼았습니다. 우리 버스에는 39명이 탑승했고, 이들은 4개 반으로 나뉘어 움직였는데, 저희 반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셨고, 남자 중 제가 막내였어요. 이놈의 팔자는 어딜 가나 막내. 할 일 많습디다. 사람 챙기고, 물건 챙기고, 부지런해야 했습니다. 티켓 문제와 가이드들의 정보부족으로 경기관람 등에 문제도 발생했지만, 재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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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접촉이 뜸한 저로서는 모처럼 많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였고, 또 괜찮은 형님들도 사귀었습니다. 20년 지기 국어 선생님과 한 방 쓰면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자극도 받으면서 사는 재미도 경험했고, 간만에 사회적인 동물로 살 수 있었던 겁니다. 불편한것도 무조건 즐겼습니다.

본래 의도와 달리 경기관람과 응원은 몇 차례 체험하지 못하고, 관광위주로 편성된 일정에 반감이 생겨 반항도 했어요. 마지막날 밤, 평양 옥류관 북경점에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약간의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발생하는 일. 그만한 상태서 끝났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네요. 그러나, 주최측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누굴 탓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돌아오는 길에 북경 공항서 만난 북한 선수들, 특히 계순희 선수와 사진 찍은 것으로 이번 여행이 가치 있다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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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난 1진은 그나마도 경험하지 못해 아쉬울지 몰라요. 소규모 그룹 여행과 큰 차이가 있고, 깊이 있는 여행은 아니지만, 어린이부터 80대 노인(장기수)까지 함께한 이번 단체여행은 적은 비용으로 큰 체험 한 것 같습니다. 국외 여행할 때 관광상품 같은 것 잘 안 사는데, 조카들 주려고 중국 전통의상과 가족들에게 줄 싸구려 동전 지갑, 가족들과 마시려고 산 싸구려 중국 술만이 이번 여행의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분들과 연락을 취해서 다음에 다시 한 번 중국 방문을 해봐야겠습니다.

뜻밖의 즐거운 여정이었고, 걱정해서 산 중국어 회화책은 떠들어 볼 필요도 없이 어영부영 남들 도움받으며 너무 편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공항서 한국 돈 내고 위안화로 바꿔도 될 것을 미리 달러로 바꿔서 다시 위완화로 바꾸려 하는 실수는 피해야겠습니다. 처음엔 투정 부렸지만, 여행 알선해 주신 20년 지기 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흑룡강 길림성 출신 김권철 가이드분께도 감사드리고, 싼 티 나지 않게 여행시켜준 한겨레 측에도 감사드립니다. 고추장 찾느라 힘써주신 대한항공 여승무원께도 감사드리고, 노래 정말 잘하시고 친절하게 사인해주신 가수 김국환님께도 감사드려요. 또 가고 싶네요. *2008 베이징 올림픽 코리아 응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