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그리고 기억
태어나서 처음 맛본 술은 막걸리였다. 4살인지 5살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가 무릎 위에 앉혀놓고 항아리를 휘휘 저어 바가지로 꺼내 먹인 술. 그 술에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깨어나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제사를 지내고 나면 할머니께선 꼭 술을 주셨다. 어린이였고, 미성년자였다. 그때부터 술과 함께 질리도록 긴 여정은 시작되었다. 소주, 갖가지 맥주에 남들은 싫어하며 심지어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 독한 흑맥주에 데낄라, 각종 양주, 고량주, 위스키, 칵테일, 코냑 그리고, 십수 년 마시는 와인에 이르기까지 술은 삶의 동반자이자, 친구 같은 존재인 것 같다. 궁핍하던 시절에도 위안을 삼고자 술을 찾았고, 지금은 즐긴다.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을 달래주는 한 몫을 하는 술. 처음 마신 술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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